한국에서 경영학 입문 과정에 들어가면 항상 접하게 되는 이름이 있다.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그의 5 Forces 툴(tool, 각각 Rivalry, Buyer, Supplier, Threat of New Entrants, Threat of Substitute)은 너무나 유명하며, 이에 근거해서, 비용우위(Cost leadership) 전략, 차별화 전략(Differentiation), 집중전략(Focus)의 세가지 전략은 경영기획과 관련된 사람들은 대부분이 알고 있는 이론적 틀(framework)인듯 하다.
하지만, 경영학 분야에서 이상하게도 유독 한국에서만 잘 알려지지 않은 이름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캐나다가 배출한 세계적인 경영학자 헨리 민쯔버그(Henry Minzberg) 교수이다. 나 역시 이 분에 대해 이름 정도만 알고 있다가, 2005년 Strategy Safari 라는 책을 통해 민쯔버그의 생각을 본격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 1998년에 초판 발행된 책으로, 2005년 Free Press 에서 페이퍼백으로 재발행되었던 책이다. 포털검색에 따르면, 2012년 <전략사파리>라는 제목으로 번역본이 출간되었다.
[사진] 헨리민쯔버그(Henry Mintzberg, 1939년~ ), image source: en.wikipedia.org/wiki/Henry_Mintzberg
내가 생각하는 민쯔버그의 장점은 <균형된 시각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이 분의 책을 읽어보면 어떠한 현상을 해석함에 있어 어느 한 쪽으로 쏠려 균형감각을 상실하는 것을 상당히 경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민쯔버그 교수의 책은 균형된 시각을 견지하는 만큼, 그의 문장이 함축(imply)하고 있는 내용이 쉽지만은 않고, 처음 읽는 입장에선 차근차근히 생각하며 읽어야 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번역본의 경우, 읽는 과정에서 저자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와닫지 않는 부분 또는 읽어도 내용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고 하는데, 민쯔버그 교수의 논조, 느낌과 그 함의(implication)를 번역에서 충분히 살려서 전달하기가 쉽지 않아보이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가급적 원서를 추천하고 싶다.
※ 민쯔버그의 <Strategy Bites Back>이라는 책도 <균형잡힌 시각 / 개념> 측면에서 독자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는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
아래의 [그림 1] Realized Strategy 관점이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그림 1]은 민쯔버그가 1985년 처음 제시한 것으로, 이 그림은 1998년 출판된 Strategy Safari 책에도 삽입되어 있는데, 전략에 관한 한 이 그림처럼 360도 차원에서 모든 것을 말해주는 개념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 1] Strategies Deliberate And Emergent, from Strategy Safari, 1998
[그림 1]은 아래의 5P로서의 전략(Five Ps for Strategy) 프레임웍(framework)을 포괄하는 것으로,
※ 5Ps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 전략(strategy)이란?
1. Ploy(플로이, 책략): 단기 책략이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른 전술(Tactics)의 임기응변, 융통성, 단타적이면서 찰나적인 효과가 빠른 전술(예를 들면, 가격할인 정책 등)을 의미
2. Plan(플랜, 기획): 처음부터 끝까지 일목요연하게 계획하는 것, 회사에서 경영 또는 전략기획이라고 하는 것들 (예를 들면, 예산부터 시작해서 사업계획, 중장기 계획, 실행계획 등)
3. Pattern(패턴): 어찌어찌 하다보니 결과적으로 생성되는 것, fomulation 이 아닌 foundation 으로서의 전략
(예) 도자기를 빚을 때, 어떤특정모양의 도자기를 미리 빚어야지 하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빚어놓고 나니, 특정 모양의 도자기가 되는 현상
4. Positioning(포지셔닝): 특정한 기회를 발견하고 시장에서 그 위치를 점유하는 것 (기회에 Fit하는 개념)
5. Perspective(펄스펙티브):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 게임의 룰, 사업의 방식을 바꾸는 것
(예) 환자가 병원에 가는 것이 병원의 주된 사업 논리라고 한다면, 병원의 의사가 환자가 주문하면 짜장면 배달하듯이 환자의 집에 방문해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1의 Ploy 를 제외한, 2~4까지는 각각 대립되는 개념을 담고 있다.
◆ Plan vs Pattern: 과연 처음부터 계획하느냐 아니면 후행적으로 시행착오의 반영이냐?
◆ Positioning vs Perspective: 시장의 기회를 주어진 것으로 보고 거기에 Fit시키느냐 아니면, 시장의 룰을 스스로 바꾸어가면서 적극적으로 Rule을 breaking 또는 setting 하느냐?
[그림 1]에서 Deliberate Strategy는 <의도된 전략>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데, 5Ps에서 Plan이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다. 회사에서 흔히들 기획이라고 부르는 업무는 거의 모두 이 범주에 속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회사의 기획자들, 전략관련 서적들이 전략을 이러한 의도된 전략으로만 이해하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이 부분과 관련된 Strategy Safari 에서 민쯔버그의 설명은 내가 기억하기로 이러했다.
OO회사가 계획을 세운다고 치자... 1년이 지나서 과연 계획대로 되었냐고 물었을때, 회사 기획 담당자가 100% 계획대로 되었다고 한다면, 그 회사는 정말 수퍼맨들이 모여사는 동네이거나, 99%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라는 설명으로 시작
그래서, 함께 살펴보아야 할 것이 [그림 1]의 밑부분에 위치한 Emergent Strategy이다.
Emergent Strategy는 <후행적 전략> 또는 시행착오(trial & error)적 전략 정도로 번역될 수 있고, 5Ps에서 Pattern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식경영 중 많은 부분, 학습조직, 시행착오, 후행적 결과 등도 이 범주에 속한다. 사실 Emergent Strategy 의 Pattern 측면에서 보면, 짐콜린스의 책 <Good To Great>에서 설명하는 Great한 기업들이 가지는 비전경영으로서의 속성(변해야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모순적인 대립적 속성의 요소들을 동시에 보유하면서 굳건한 핵심가치와 비전을 가짐)은 <뒤돌아보고 나서 억지로 틀에 꿰어맞춰서 그런거지 해당 기업이 그 당시에는 그렇게 의도하면서 기업의 성장 path를 밟아나가진 않았다>라는 반박이 가능하다. (너무 이렇게만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겠지만, 후행적 학문으로서의 경영학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상당히 일리있는 반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Strategy Safari 책에서 민쯔버그는 강조한다. 전략은 모두 다라고... 의도된 전략(Deliberate Strategy) 뿐만 아니라 후행적 또는 시행착오적 전략(Emergent Strategy)도 전략이다. 따라서, 민쯔버그는 [그림 1]에서와 같이 Deliberate Strategy와 Emergent Strategy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을 Relized Strategy라는 용어로 표현했다.
마이클 포터가 그의 유명한 논문 전략이란 무엇인가?(What is Strategy?) 에서 일본기업들은 원가절감, 지속적 개선과 같은 결국에는 한계가 존재하는 Operational Effectiveness(생산성 향상효과)만 있을 뿐 이러한 것이 전략은 될 수 없고, 그래서 일본기업들에게는 전략이 없고, 이러한 전략부재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원인이다와 같이 이야기 한 것에 대해,
Strategy Safari 책 내에서 민쯔버그의 논조는 한마디로 <웃기고 있네!> 정도가 되겠다.
민쯔버그에 의하면, 이것도 전략이고 저것도 전략이고, Operational Effectiveness (후행적 pattern, emergent strategy)도 훌륭한 전략이고, 따라서 일본에는 전략이 있다라는 것이다. 전략을 Deliberate Strategy로만 이해하지말 것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나는 이해했다.
마이클 포터는 그의 논문(What is Strategy)에서 <a set of distinctive activities with tradeoff>라는 개념(다른 기업이 흉내내기 어려운 트레이드 오프를 일으키는 독특한 가치사슬의 확립, 즉, 경쟁기업이 어설프게 흉내 내어서는 어림도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설계된 Deliberate Strategy)을 제시했는데,
민쯔버그는 이러한 견해에 대해 처음부터 그렇게 의도하고 한 회사가 어디있는가?로 반문하고, 전략이란 Deliberate 와 Emergent 의 복합적인 시각, Positioning 과 Perspective 의 회사의 상황에 따른 적용을 해야한다고 조언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유명한 경영학 교수들도 민쯔버그가 제시한 [그림 1]의 논리를 그들의 이론에 반영하고 있는데,
크리스텐슨 교수(Clayton M. Christensen)는 그의 책 성장과 혁신(Innovator's Solution)에서 의도된 전략과 시행착오적 후행적 전략의 시행을 상황에 따라 적용해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을 경우, 신시장의 창조에 의한 와해성전략의 추구에는 Emergent Strategy이 담고 있는 발견지향적, 시행착오적 견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버젤만 교수(Robert A. Burgelman)는 그의 책 <전략은 운명이다(Strategy is destiny)>에서 인텔의 성공사례를 연구하면서, 후행적 전략의 중요성을 명백히 보여주기도 하였다.
헨리 체스브루 교수(Henry Chesbrough)는 그의 책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에서 체스게임과 포커게임의 비유를 들어 잘 짜여진 계획중심의 전략과 미지의 시장에 대한 시행착오와 빠른 유연성을 바탕으로 하는 발견지향의 전략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