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 한석규님이 세종대왕역으로 출연한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를 IPTV의 VOD로 며칠동안 몰아서 시청한 적이 있다. 원작이 소설이라고 하는데, 추리소설적인 요소도 가미되어 드라마가 짜임새가 있어 매우 재미있었다. 
※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홈페이지http://tv.sbs.co.kr/root/


[이미지] 이미지 from 위키피디아(wikipedia), http://en.wikipedia.org/wiki/Hangul   


재미와는 별도로,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 한글의 소중함을 새롭게 깨닫고 감동했다. 한글이 없었다면, 블로그의 글은 또 어떻게 썼을까? 구체적인 모습이 상상조차 가지 않지만, 아마도 복잡한 한자를 입력하기 위해 키보드의 조작법이 지금과는 상당히 달랐을 것 같다.


80~90년대만 하더라도, 각 가정에는 신문이 배달되었는데, 당시 어린학생으로서 신문이라는 매체는 범접하기에 벅찬 매체였던 것 같다. 나에게 있어 당시 신문에의 접근의 용이성을 가로막은 그 중심에는 당연 한자가 있었다. 80년대만 하더라도 신문에는 한자로만 표시되어있는 단어들이 꽤 많았다. 그래서, 어른들은 <신문이라도 읽으려면 한자공부 열심히 해야한다.> 라고들 말씀하셨고, 그래서 하늘천, 따지, 거물현, 누를황 순으로 시작되는 천자문을 안쓰는 달력 뒷편에 볼펜으로 써가며 연습을 하기도 했던 것 같다.

 확실치는 않지만 90년대쯤? 신문에서도 한글(한자) 식으로 한글 병행표기를 해서 다소 나아지기는 했지만, 한자는 여전히 생활 속 여러 매체속에서 확고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가 활짝 열렸고, 모든 정보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모이면서 한글이 그 중심에 우뚝 섰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신문기사들을 보면 오히려 한자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예전 어른들께서는 한글만 사용하고 한자를 표시하지 않으면 그 의미를 확실히 알 수 없다고 하셨지만, 막상 한글만으로 표현된 신문기사들을 읽어도 그 의미를 이해하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이 분야에 대해 자세한 지식은 없지만 아마도 영어의 어원이나 라틴어를 몰라도 영어로 된 신문기사를 이해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란 추측을 해본다. 


어찌되었던, 정보화시대 신문매체에서 최종 승리자는 한글이다. 드라마상에서 정기준이 말하길 <역병과 같은 한글> 이라는 말을 썼고, 세종대왕은 정기준의 말에서 힌트를 얻어, 한글을 퍼뜨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렇게 타이핑을 하면서도 한글의 편이성과 우수함에 새삼 감사하게 된다. 예전에 IT관련 수업에서 디팩토 스텐다드(Defacto Standard)라는 말을 배운 적이 있다. 아무리 기관 또는 몇몇 기업에서 합의해서 표준을 공표해도 대중들(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쓰고 가장 많이 찾고 가장 많이 익숙해져있는 것이 결국 표준이 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한자가 없으면 그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없고, 그래서 일부에서 중요 단어에는 그 뜻을 명확히 하기 위해 한자로 표기 또는 한글/한자를 병행표기 해야한다고 아무리 주장하더라도, 대중들이 그것을 쓰지 않고 오직 한글표기로만 사용한다면 그것이 바로 표준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거스릴 수 없는 것이다. 마치 모든 사람들이 <짜장면>이라고 하는데, 방송사의 아나운서들만 TV에서 <자장면>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짜장면>을 <자장면>이라고 말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진] 이미지 from 위키피디아(wikipedia), http://en.wikipedia.org/wiki/Hangul


인터넷 시대에 들어 한글은 더욱더 독보적인 존재가 된 것 같다. 이렇게 우수한 문자를 만들어 최만리 같은 학자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반포해주신 세종대왕에게 감사하고,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타이핑에 있어서도 한글의 간결함은 그 자판의 배열방식이 2벌식이 되었던 3벌식이 되었던간에 관계없이 잘 어울리고 자음-모음으로 구분, 또는 초성-중성-종성으로 구분 등 그 어떤 방식을 사용하던 간에 간결하고 정확하고 사용하기 편리하고 우수하다.


한글은 디지털 시대에도 최고의 성능을 보여준다. 이러한 한글은 최근 부각되는 트위터, 카카오톡과 같은 SNS에도 잘 부합하는 것으로, 이는 결국 한글의 미래 역시 매우 밝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하지 않으셨더라면, 지금쯤 내가 사용하는 키보드의 키 갯수가 지금보다 적어도 열몇개는 더 늘어났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는 결코 상상하고 싶지도 않고 상상조차 잘 되지 않는 장면인 것이다.



Posted by 200LX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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