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키워드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정보기술,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어휘들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를 꼽자면 명품(名品) 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는 명품이라 하면, 루OOO, 샤O, 구O 등과 같은 고가의 가방, 패션의류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명품의 사전적 의미를 네이버 사전에서 찾아봤다.
○ 명품: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그런 작품

[그림] 모나리자, 이미지 from 위키피디아(wikipedia), http://en.wikipedia.org/wiki/Masterpiece

사전적 의미로만 보아서는 가격이 비싸다는 이른바 '고가(高價)'의 물건이라는 설명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외국어로는 어떤가 알고싶어 영한사전을 검색해봤다. 

○ 명품: 1. 뛰어난 작품, masterpiece, masterwork
            2. 이름난 상품, brand-name product, designer label


 영한사전의 검색 결과, 두개의 서로다른 말이 한국어로는 동일하게 명품으로 번역되고 있음을 알게된다.

 최근 한국의 핫 키워드(hot keyword)로 자리잡고 있는 명품(名品) 가방, 의류의 경우, 위의 영한 사전 의미 중 2. 에 해당하는 것이다. 2. 이름난 상품, 즉, brand-name product는 디자이너 또는 특정 이름을 빌어 비싸게 팔리는 제품이라는 것을 예문을 통해 알 수 있었다. 

2.의 예문으로 luxury goods, luxury item(고가의 사치품), luxury cosmetics(고가의 화장품) 같은 어휘가 등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 네이버의 영한사전에 나오는 예문들이다. 

 사실 우리사회에서 명품이라는 의미가 2.의 의미로 주로 사용된지는 2000년대 이후, 특히나 매스미디어 등에서 PPL(Product PLacement) 광고(드라마 주인공 등 등장인물이 특정 회사의 상품을 들고 등장함)가 본격적으로 차용되면서였던 것 같다.
 하지만, 내 기억으로는 80 ~ 90년대에는 명품(名品)이라고 하면, 주로 1.의 의미로 사용되었던 것 같다. 

 물론, 장인이 모든 생산을 전부 수공으로 직접 만드는 클래식 악기(스트라디바리 같은 바이올린 등)나 V사 스위스 기계식 시계 같은 경우, 가격도 비싼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서 명품이 된 것이 아니라, 이에 앞서 세월이 지나도 변치않는 제품 본연의 가치와 성능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에 따라 뛰어난 작품, 물건으로 사람의 입에 오르내렸고 이것이 바로 명성으로 이어져 명품(名品)이 된 것일 것이다. 

※ 위에서 제품 본연의 가치라 함은  
예를 들어 바이올린의 경우 세월에 관계없이 탁월한 음색, 스위스 기계식 시계의 경우 세월의 흐름에 관계없이 변함없는 시간의 정확성과 탁월한 성능 등을 말하고 싶다.


 명품의 유사한 말들을 살펴봐도, 명작, 일품, 걸작, 수작 등과 같은 단어들을 찾아볼 수 있으며, 이러한 말들에 가격이 높다라는 말은 없는 것 같다. 가격이 높아서 명품이 아니라, 그 품질과 성능, 시간의 흐름에 변함없는 가치 등으로 인해 가격은 독립변수가 아닌 종속변수로 부차적으로 따라온 것이 아닐까?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명품이라고 불리우는 고가의 가방, 지갑, 장신구 등은 가격이 높아서 명품이라고 불리우는 것 같다. 사람들은 상식적으로 바라볼때, 고가의 사치품에 속하는 명품 가방에 상당한 가격적 거품이 끼어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높은 가격이 충족시켜주는 만족감 같은 것에 위안을 얻는 것 같다. 과연 그 원가는 얼마나 할까? 소위 말하는 이름값이라는 것이 그 제품에 원가대비 엄청난 프리미엄을 지불할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일까?


경영학자의 말을 인용하자면, BSC(Balanced Score Card)라는 관리회계이론으로 유명한 캐플란 교수님의 경우, 위와 같은 상황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원래는 말이 마차를 끄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마차가 말을 끄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시간의 흐름에 변함없는 품질과 성능과 같은 가치 등으로 인해 명품으로 인정받고 자연스럽게 가격이 높아진 것이 말이 마차를 끄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서 명품이라 불리워지고 이러한 높은 가격의 제품을 소유함으로써 파생되는 심리적 만족감을 가리켜 가치라고 암묵적으로 합의하고 있는 상황은 마차가 말을 끄는 격인 것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 경제불황의 여파로 luxury goods의 가격이 내렸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명품이라는 단어로 번역[각주:1]되는 luxury goods의 가격이 오히려 올랐다는 이야기를 대화중에 우연히 듣고 생각난 것을 그냥 두서없이 정리해보았던 글이다.






  1. 반대로 생각하면 명품이라는 표현으로 높은 이익을 창출한 기업들의 마케팅 능력이 칭찬받아야 하는 것일지도... [본문으로]
Posted by 200LX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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