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LX에는 상당히 훌륭한 재무계산기가 탑재되어 있다. 나는 이 계산기 프로그램을 참 좋아한다. 이러한 호감은 호기심으로 발전하고 증폭된 호기심은 짬짬이 관련 정보의 단편들을 찾아 탐색하는 구글링으로 이어졌다. 이를 통해, HP에서 200LX를 개발한 부서인 코밸리스 사업부(Corvallis Division)와 관련된 것들을 살펴보게 되었다. 이렇게 살펴본 것들 중에는 코밸리스 사업부에서 만든 계산기에 대한 정보 및 배경지식도 있다.


구글링을 통해 이것저것 알아보면서, 때로는 유저 커뮤니티의 글을 읽다가 추천 링크에 이어 또다른 링크를 타고 넘는 과정에서, HP 계산기 수집가들의 홈페이지도 방문해보게 되었다. 미국의 경우, 국제 계산기 수집가 협회(the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Calculator Collectors)라는 것도 있고, 포켓 계산기 수집가를 위한 완벽 가이드북(The Complete Collector's Guide To Pocket Calculators) 같은 책도 있다. 아마존의 정보에 따르면, 이 책의 저자가 계산기 수집 관련 잡지도 발행했던 것 같다. 이외에도 계산기를 수집할 때, 구입난이도 및 적정가격을 알려주는 레퍼런스 사이트도 있다. http://www.hpmuseum.org/collect.htm


참고로, 해외 계산기 커뮤니티에서 유명한 수집가는 HP 계산기를 전문으로 수집한 Matthias Wehrli 라는 사람이었다.

※ Matthias Wehrli의 HP 계산기 컬렉션 홈페이지: http://www.hp-collection.org/


HP 계산기 컬렉터들의 수집목록은 http://www.hpmuseum.net/exhibit.php?class=2&cat=14 에 잘 정리되어있다. 이 목록에는 1972년부터 1990년까지 29년간 HP社에서 출시된 47종의 계산기들이 담겨있다.[각주:1]

계산기별로 링크된 추가정보를 읽다보면, 사람마다 자신의 기호와 취향에 따라 각각 다른 계산기를 매력적으로 느낄 것이라 생각된다.

내 경우에는, 상기 링크된 목록에 수록된 계산기들 중에서 가장 가치있어 보이는 것은 HP-35 라는 계산기였다.


내가 이런 느낌을 받았던 이유는 크게 2가지로,

첫째수집가에겐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물건이 중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다.

HP-35는 HP社 최초의 포켓형 계산기이다.


[사진] HP 최초의 포켓계산기 HP-35(1972), 이미지 from http://gizmodo.com/5306520/


HP-35가 시장에 등장하기 이전에

계산기 시장을 주름잡던 계산기는 덩치도 크고 가격도 비싼 데스크탑 형태의 계산기였다. 가장 유명한 제품은 1968년 처음 출시된 HP社의 9100이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아래의 유투브 영상을 보면 금방 이해가 된다.

[동영상] HP 9100 Calculator, 출시년도 1968년, 최초가격 4900달러


HP-35는 이로부터 불과 4년 후인 1972년에 출시되었다. 당시 전자기술의 발달속도가 어느만큼 빨랐던 것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



둘째, HP-35는 관련된 역사적인 <에피소드>가 존재하는 계산기라는 점이다.


(1) HP의 공동창업자인 빌 휴렛(Bill Hewlett)의 비전과 혜안에 의해 탄생한 계산기

스마트폰의 대중화 문을 열어젖힌 제품이 아이폰이고, 여기에 애플의 CEO인 스티브 잡스의 개인적 비전이 역할을 크게 한 것과 마찬가지로, 포켓형 계산기의 대중화에 첫 발을 내딛은 제품이 HP-35이고, 여기에 HP의 CEO인 빌 휴렛의 비전이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HP-35의 기획 단계에서 당시 기술 수준은 사실 HP-35를 개발해내기에는 덜 성숙한 상태였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시장조사는 포켓형 계산기의 시장성 자체에 대해 회의적/부정적 전망을 내어놓았다. 하지만, 빌 휴렛의 눈에 비친 포켓형 계산기의 잠재성(potential)은 남달랐던 것 같다. 그는 HP-35 개발을 밀어붙였고, 개발팀을 직접 독려하여 개발에 착수한지 불과 2년만에 시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 당시 HP에서 평균적인 개발기간은 3~5년

결과는 속된 말로 <대박>을 쳤는데, 출시 첫해인 1972년 HP社 전체 영업이익에서 HP-35 계산기 단일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자그만치 41%나 되었다. 이듬해인 73년엔 30만대의 포켓 계산기를 판매하였고, 74년에는 포켓 계산기 분야에서 1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수 있었다. 이렇듯, HP-35 계산기는 어찌보면 HP가 이후 거대기업으로 성장하는데 발판이 된 제품이라 할 수 있다.[각주:2]



(2)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계산기

애플의 창업스토리를 읽다보면, 부족한 창업자금 마련을 위해, 잡스는 폭스바겐 자동차를, 워즈니악은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계산기를 팔아야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여기서 워즈니악이 자금 조달에 보태기 위해 팔았던 계산기는 HP-65[각주:3] 이지만, 훗날 워즈니악이 실제로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매우 의미있는 기기였다고 회고한 계산기는 HP-35 였다.[각주:4]



(3) IEEE Milestones List에 등재된 계산기

IEEE(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 아이트리플이, 전미 전기전자 기술자 협회)는 전기전자공학 역사에 있어서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기술적 성과물(historical achievement)을 IEEE Milestone으로 선정하여 IEEE Milestone List에 등재하고, 해당 기술적 성과물에 대해 IEEE Milestone Plaque라는 기념금속판을 수여한다. 맥스웰 방정식(Maxwell's equations), LCD(Liquid Crystal Display), VHS 비디오 리코딩 미디어, CD(Compact Disc) 오디오 플레이어 등이 마일스톤 리스트(Milestones List)에 등재되어있다. IEEE는 2009년 4월 14일 HP-35 계산기를 IEEE Milestone으로 선정하였다.[각주:5] 

[사진] IEEE Milestone Plaque for HP-35, image from vintagecalculators.com

참고로, IEEE Milestone List에 등재된 다른 기술들은 아래에 링크된 IEEE Milestone 페이지 또는 위키피디아를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http://www.ieeeghn.org/wiki/index.php/Milestones:List_of_IEEE_Milestones

http://en.wikipedia.org/wiki/List_of_IEEE_milestones



한편, <수집대상이 얼마나 희소성이 있는가?>의 여부도 수집가에겐 중요한 고려사항일터인데,

사실, HP-35는 출시 당시 워낙에 많은 수량이 판매되어 희소성이 그리 높다고는 할 수 없는 계산기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베이에 출몰하는 HP-35의 가격이 제법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 조금은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HP-35 중에서도 전원버튼 오른쪽 옆에 좁쌀만한 크기의 빨간색 라이트가 달려있는 초기형 모델은 희소성이 매우 높다. 전원을 켜면 여기에 빨간 불이 들어오는 역할을 하는 것 같은데, 수집가들은 이러한 초기형 모델을 다른 HP-35 계산기들과 구분하여 <HP-35 red dot>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사진] HP-35 red dot 버전, 전원버튼 옆에 빨간색 작은 라이트가 보인다. 계산기 전원을 켜면, 여기에 빨간불이 들어온다고 한다.
image from 
http://www.hpmuseum.org/35first.jpg


정리하면, <HP-35 red dot> 은 <희소성>이라는 수집가적 니즈를 충족하는 동시에, <최초>라는 수석어가 붙는 계산기이며, 여기에 더해 <역사적 에피소드>까지 존재하니, 훌륭한 수집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 HP-35와 관련된 기타 정보>

1. 최초의 포켓형 계산기임에도 불구하고, H-01과 같은 이름을 붙이지 않고, HP-35라고 명명된 이유는 버튼의 갯수가 모두 35개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HP-35라는 이름은 35개의 키가 달린 (포켓) 계산기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다.

※ HP-01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1977년에 출시된 시계형 계산기로, 수집가들이 포켓형 계산기 범주로 분류하는 것들 중에서는 HP社에서 19번째로 시장에 출시된 제품이었다.


2. HP-35의 개발부서는 캘리포니아 소재의 APD(Advanced Product Development)였다. HP-35의 성공 이후, 74년 HP는 오레곤주의 코밸리스 지역에 145 에이커의 땅을 구매하였고, APD는 근거지를 코밸리스로  옮기게 되었다. 이후 APD는 부서의 이름을 코밸리스(Corvallis Division)로 바꾸게 된다. 훗날 200LX을 개발하게 되는 바로 그 사업부가 되겠다.


3. HP社는 2007년 HP-35 계산기가 탄생한지 35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여, HP-35s 모델을 출시하였다.

[사진] HP-35s, 2007년 7월 12일 출시, 전원으로는 동전형 전지인 CR2032 2개가 수납된다. 

이미지 from http://en.wikipedia.org/wiki/HP_35s

  1. 90년 이후에 출시된 계산기들은 이 사이트에는 언급되어 있지 않다. [본문으로]
  2. http://www.hpmuseum.net/divisions.php?did=6 [본문으로]
  3. http://www.hpmuseum.org/cgi-sys/cgiwrap/hpmuseum/archv016.cgi?read=103236, 스티브 워즈니악 자서전 중 일부 발췌 [본문으로]
  4. http://gizmodo.com/5306520/my-most-memorable-gadgets-by-steve-wozniak [본문으로]
  5. http://www.ieee.org/about/news/2009/14april_1.html http://www.ieee.org/documents/hp35_milestone_release.pdf [본문으로]
Posted by 200LXer
:

며칠 전 포스팅한 아날로그 라디오에 관한 글 http://200lx.tistory.com/52 

Dantax 社[각주:1]스캔소닉(SCANSONIC) PA680 아날로그 라디오[각주:2]의 사용 경험을 담았다.

위 글에서 <PA680> 라디오를 선택했던 이유를 언급했는데, 당시 끝까지 구매여부를 저울질 했던 라디오들로는

<산진(SANGEAN) WR-11> 과 <소니(SONY) ICF-F10> 라디오가 있었다.


산진 WR-11의 경우, 개인적인 취향에는 가장 잘 부합하는 라디오였지만, 어댑터(adaptor)로만 구동된다는 점에서 구매대상에서 제외했었다. 소니 ICF-F10 라디오는 색상 옵션이 오직 검정색 뿐이라는 이유로 제외되었다. 만약, 옵션에 아이보리 또는 흰색계통 색상이 있었더라면 소니 라디오를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1. 소니 ICF-F10


아날로그 라디오의 사용 경험에 대한 글을 쓰다보니, 예전에 구매를 포기했던 소니 ICF-F10 라디오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되었다. 결국, 블로그 포스팅을 한 그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소니 ICF-F10 라디오>를 주문했다. 이른바 충동구매다. 현재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1만2천~1만3천원 정도에 구매가능한 것 같다.

※ ICF-F10과 크기 등 외관의 이미지는 비슷하나, 건전지/AC 듀얼 전원, 큼직한 FM/AM 밴드 선택, 상단에 별도로 존재하는 전원버튼, 빌트인 가변(built-in retractable)  손잡이가 달려있는 ICF-38 모델이 있는데, 아쉽게도 국내 수입이 되지 않는다. 아마존 가격은 25달러 정도이다.


소니 ICF-F10 라디오를 구매할 때만 하더라도 <싼 게 비지떡이 아닐까?>란 생각에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실제 사용해보니 당초 내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는 성능을 체감할 수 있었다. 주파수도 쉽게 잘 잡아내고 잡음없는 깔끔한 소리를 들려준다. 일단 아래 사진은 <소니 ICF-F10> 과 <스캔소닉 PA680>을 나란히 놓고 찍은 것이다.


[사진] 소니 ICF-F10 과 스캔소닉 PA680 라디오의 안테나를 끝까지 뽑은 상태에서 나란히 찍은 사진


소니 ICF-F10 라디오 안테나의 길이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히 안테나만 긴 것이 아니라, 아날로그 튜너를 돌리는대로 주파수를 깨끗하게 잘 잡아낸다. 인접한 방송 간의 주파수도 잘 구분해서 잡음이나 간섭, 혼선없이 쉽게 쉽게 또렷하게 잡아낸다. 사용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의 주거환경에서 주파수를 잡아내는 능력은 ICF-F10 라디오가 PA680 보다 앞서는 것 같다.



[사진] 소니 ICF-F10 과 스캔소닉 PA680 라디오의 크기 비교


위 사진을 보면, 크기는 소니 ICF-F10(w/h/d: 206 x 131 x 66 mm)이 더 크지만, 두께는 스캔소닉 PA680 이 더 두껍다. 무게도 PA680 이 더 무겁다. ICF-F10이 크기는 크지만, 무게(673g)는 가볍게 느껴진다. 라디오 내부에 뭔가 꽉 찬 것은 아니고 빈 공간이 많은 듯한 느낌? 하지만, 건전지 중에는 가장 큰 R20사이즈[각주:3] 전지 2개가 장착된 다음에는 묵직해진다. 라디오의 아래 부분에 묵직한 건전지 2개가 수납되다보니 전체적인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도 하는 것 같다. 라디오가 넘어질거 같은 걱정은 들지 않는다.


ICF-F10 라디오의 소리 출력은 짱짱하다. 볼륨을 올릴수록 상당히 큰 하지만 갈라짐 없는 또랑또랑한 소리를 내어준다. 캠핑용으로 인기가 높은 라디오라는데, 실제로 야외의 넓은 공간에서 여러사람이 듣기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어보인다.


음색은 내 경우에 PA680 라디오를 오래 들어왔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살짝 다르게 느껴지긴 했다.

· ICF-F10가 PA680에 비해 살짝 예리하면서 명쾌한 느낌이라면,

· PA680는 ICF-F10에 비해 살짝 차분하고 약간 더 입체적인 느낌? 


느낌의 차이는 내장 스피커의 종류가 다른데서 오는 것 같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들으시기에는 PA680 쪽이 조금 편안한 느낌이라고 할까? 하지만, 아주 미묘할 뿐 그리 큰 차이는 아닌 것 같다.



2. 소니 ICF-S10MK2


<ICF-F10> 라디오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기에, 이러한 만족도는 이 라디오와 거의 같은 내부 구성에 크기만 다르다는 <ICF-S10MK2> 라디오에 대한 호기심과 구매로 이어졌다. 오픈마켓에서 1만5천원 전후의 가격에 구매가 가능한 것 같다.

※ 엔하위키의 소니라디오에 관한 글(https://mirror.enha.kr/wiki/소니/라디오 )을 읽어보니,

ICF-F10 라디오가 ICF-S10MK2에 비해 사이즈가 큰 내장 스피커를 채용하면서 크기만 뻥튀기된 것이고 내부구성은 거의 동일한 것이라고 한다. 

※ 위 링크 글에 따르면, 소니 라디오 모델명에서 ICF는 모노(mono) 라디오, SRF는 스테레오(stereo) 라디오를 의미한다. 따라서, 내가 구매한 ICF-F10 및 ICF-S10MK2 라디오는 모두 아날로그 모노라디오가 되겠다.



[사진] ICF-S10MK2 라디오를 마우스 옆에 놓고 찍은 것, 한 손으로 쉽게 잡을 수 있는 크기이다.


ICF-S10MK2 라디오를 사용해보고 깜짝 놀랐다. 주파수를 너무나 잘 잡아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ICF-S10MK2 쪽이 ICF-F10 보다 주파수를 더 잘잡는 것 같기도 하다. 

ICF-F10은 제품 뒷면에 Made In China 라고 표시되어있는 반면, ICF-S10MK2는 제품 어디에도 제조국 표시가 되어있지 않다. 아마도 S10MK2 역시 <마데인차이나>가 아닐까 추정만 해본다. 하지만 전반적인 만듦새가 그렇게 싼티가 나지는 않는다. 내장된 스피커가 ICF-F10의 그것에 비해 작다보니, 출력되는 음량은 ICF-F10에 비해서는 약한 편이다. 하지만, 실내에서 충분히 들을 수 있을 정도는 되는 것 같다. AA건전지 두개는 제품 밑부분에 수납되는데, 건전지를 넣고 책상 위에 세워두면 건전지 무게때문인지 안테나를 끝까지 뽑아놓고 세워두어도 중심을 잘 잡고 쓰러지지 않는다.


[사진] 소니 ICF-F10 과 ICF-S10MK2 라디오의 안테나를 끝까지 뽑은 상태에서 나란히 찍은 사진


이 라디오에 대해 두번째로 놀란 것은

ICF-S10MK2를 아래 사진과 같이 야마하 스피커에 연결한 다음이었다.

[사진] 야마하 NX-A01 큐브 스피커에 ICF-S10MK2 라디오를 연결한 모습, 안테나를 끝까지 뽑아놓고 세워두었다.


야마하 NX-A01 큐브 스피커에 ICF-S10MK2 라디오를 연결하자 상당히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야마하 큐브 스피커가 꽤 괜찮은 스피커이긴 하지만, ICF-S10MK2 라디오에서 출력되는 음색이 이렇게 좋아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엔 ICF-S10MK2 라디오를 하만카돈 사운드스틱 스피커에 연결했더니, 또다른 개성의 다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결국, 스피커를 바꿔서 연결함에 따라 다양한 개성의 여러가지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라디오의 가장 중요한 성능척도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 방송 주파수를 가장 잘 수신해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측면에서 ICF-F10 및 ICF-S10MK2 라디오는 모두 좋은 선택같다. 


<어떤 아날로그 라디오를 선택할 것인가?> 를 고민함에 있어, 소리품질을 민감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이러한 성향의 사람들이라 할 지라도 ICF-F10이나 ICF-S10MK2 같은 라디오를 구매하는 것은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다. 그냥 듣기에도 나쁜 것은 아니지만, 가정에 이미 괜찮은 스피커를 보유하고 있다면, 외장 스피커에 연결하면 더 좋은 음색의 소리를 얻을 수 있다. 내 경우, 그냥 소니라디오 스피커로 듣는게 오히려 더 운치있고 좋은 것 같다.


아날로그 라디오를 구매하려고 정보를 검색하다보면,

<소리가 좋다>는 평가와 함께 상당히 고가에 판매되는 아날로그 라디오를 접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에 나의 아날로그 라디오에 대한 소소한 경험과 그에 따라 축적된 아주 얕은 지식에 따르면,

소니 라디오는 1만원대의 낮은 가격이지만, 그보다 비싼 라디오 못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고가의 라디오에 내장된 스피커가 아무래도 쬐끔 더 좋은 소리를 들려줄 수도 있겠지만, 10배가 넘는 가격차이를 상쇄할 만큼은 아닌 것 같다. 그렇게 크게 차이가 나는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소니라디오 그 자체만으로도 음색이 그렇게 나쁘지 않으며, 괜찮은 스피커를 연결하면, 상당히 고급스러운 소리를 들려준다. 또 다른 종류의 스피커를 연결하면, 연결된 스피커가 가지는 개성에 따른 또 다른 음색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따라서, 극상의 음질을 추구하는 오디오 매니아가 아니라면, <좋은 소리를 듣기 위해서 고가의 라디오를 사는 것이 좋다>는 명제는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 라디오 리뷰 사이트 RADIOJAYALLEN.com 에 따르면,

ICF-S10MK2 와 비슷한 크기, 구성 및 가격대를 형성하는 경쟁 제품들은 산진(Sangean) SR-35, Radio Shack 12-586, 파나소닉(Panasonic) RF-P50, Kaito KA-200 같은 제품이 있다.

http://radiojayallen.com/shirt-pocket-amfm-portables-5-radios-compared/




<11월 6일 업데이트>

ICF-F10 소니라디오를 구매한지도 이제 열흘 정도 된 것 같다. 

부모님께 ICF-F10 라디오도 괜찮은 것 같으니 기존에 사용중인 라디오와 병행해서 사용해보시라고 권해드렸다. 부모님이 처음에는 거실 또는 주방에 놓고 들으시다가, 지금은 ICF-F10 라디오만 사용하신다. 주된 이유는 ICF-F10라디오의 경우, 주파수를 일단 제대로 맞춰놓은 후에는 집안에서 언제 어디서나 잡음없이 잘나오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95.9MHz 채널의 방송들을 청취하시는데, 아침에 일어나시면 시선집중 중후반부 부터 시작해서, 손에 잡히는 경제, 양희은·강석우의 여성시대, 강석·김혜영의 싱글벙글쇼, 박준형·정경미의 2시만세, 최유라·조영남의 라디오시대까지 쭈욱 달리신다.


부모님이 이전에 사용하시던 라디오는 종종 듣다보면 혼선이 되거나 마치 수신전파가 변경되는 것 같은 현상이 있었는데, 이럴경우 튜너( tuner)를 미세조정 해줘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낮시간에는 침대에 누워서 라디오를 청취하시는데, 갑자기 라디오 소리가 직직거리거나 두가지 방송이 섞여서 나오기 시작하면, 튜너를 만져주기 위해 다시 몸을 일으켜서 돋보기를 끼셔야했다. 이런 점이 은근히 불편하셨을 것 같다.


ICF-F10 라디오의 경우, 일단 처음에 튜너의 눈금을 FM 95.9에 맞춰놓은 뒤에는 튜너 다이얼에 손 한번 대지 않았다. 그럼에도, 라디오를 켬과 동시에 깨끗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이제 더이상 예전처럼 청취하던 중간 중간에 튜너를 미세조정하거나 안테나 방향을 바꾸거나 라디오를 이리저리 돌릴 필요가 없어졌다. <마음 편히 듣는다>라는 한 마디로 상황이 정리된다.


ICF-S10MK2는 내가 사용하고 있다. 튜너 눈금은 93.1 클래식 방송에 맞춰져있다. 휴식시간에 잠시 켜서 10여분 정도 듣고 다시 끄곤 한다. 라디오 틀어놓고 멍때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없을 때보다는 확실히 좋은 것 같다. 내가 거주하는 곳에서는 AM은 전혀 잡히지 않고, FM의 경우,100MHz 이하 전파는 깨끗하고 선명하게 잘 잡힌다. 100MHz 이상의 전파의 경우, 100MHz 이하의 방송을 수신할때보다는 잡음없는 주파수를 잡아내기위해 튜너를 더 신경써서 돌려야한다. 영어방송들이나 AFN 같은 방송은 아무리 신경을 써서 주파수를 잡아도 잡음이 조금 섞여나오는 편이다.

  1. http://www.dantax-radio.dk/ [본문으로]
  2. http://www.scansonic.dk/products/radios.379/ [본문으로]
  3. 알카라인의 경우 LR20 건전지 [본문으로]
Posted by 200LX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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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팩트한 크기의 탁상시계를 구매하고자 QUARTZ [각주:1]가 적용된 것으로 찾아보았다. 그런데, 오픈마켓을 무려 1시간 이상 뒤져봐도 딱히 내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시계를 찾지 못했다. 너무 화려하거나 다소 산만하거나 조잡하거나 등등 생긴 모양새가 내 마음에 차지 않았다. 아뭏든 그러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BRAUN 이라는 브랜드의 탁상시계가 눈에 띄었다. 심플하면서 다소 앙증맞으나 그렇다고 방정맞지 않은 차분함이 녹아있는 디자인인 것 같다.


[이미지] BRAUN Clock, image from http://www.braun-clocks.com/ 이 사이트에서 제품의 360˚ view를 볼 수 있다.


심플하고 멋스러운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브라운BRAUN>이라는 회사를 알아보니, 1921년 독일에서 설립된 제법 유서깊은 회사[각주:2]였다. 한국에서는 브라운 면도기로 인지도가 있는 것 같은데, 이 회사가 시계도 생산하는지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이 회사에서 61년~95년까지 수석디자이너로 일했던 디터 람스는 산업디자인 분야에서 꽤 유명한 인물이었다. 디터람스의 전성기와 함께 브라운社만의 개성이 깃든 디자인의 제품으로 유명했던 기업인 듯 하다. 

위 이미지의 시계는 <AB 314>라는 모델명으로 1990년 최초발매된 시계인데, 나름대로 수집가들의 목록에 올라있어 이베이에서도 제법 출몰하는 것 같다. 단종되었다가 최근 다시 BNC005라는 모델명으로 재발매된 것이라 한다. 다만, AB 314 와 달리, <BNC005>는 Made in Germany 가 아닌 Made in China 이다.


<BNC005> 시계의 가격은 50달러로 오픈마켓에서 검색되는 비슷한 수준의 경쟁 제품들에 비해서 제법 높은 편이다. <아마존 닷컴>에서 최저가는39달러 정도되는 것 같다. 시계의 구성요소 및 Made in China 임을 감안할때 제품 본연의 성능에 비해 <디자인 프리미엄>이 상당한 제품이다. 아마존 후기를 읽어보면, 좋은 디자인은 인정하나 가격이 좀 쎄고 내구성에 다소 문제가 있다는 의견들도 눈에 띈다. 참고로, <BNC005>의 알람맞춤 버튼을 반대방향으로 돌리면 문제가 생긴다는 후기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디자인에 이끌려 이 시계를 구매했다. 아래 사진의 시계가 이번에 구매한 것이다. 구매 옵션에서 검정외에 그레이와 흰색을 제공하고 있어, 검정색이 아닌 흰색 색상으로 주문했다. QUARTZ 인만큼 시간은 잘맞고, Quiet Movement 여서 분침소리는 정숙하진 않아도 그나마 조용한 편이다. 분참과 초침의 색상이 또렷해서 가독성도 괜찮다.

[사진] BRAUN BNC005시계, 찬조출연한 것은 아이리버 1세대 iFP-100 MP3플레이어 및 HP-12C 재무계산기이다.
상대적인 크기를 가늠할 수 있게 같이 찍어본 것이다.


나는 몇년 전부터 공산품(industrial products)의 천편일률적인 검정색 유행에 다소 질려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나 역시 뭔가 있어보이는 검정색을 선호했다. 하지만, 음식도 너무 같은 것만 계속 먹으면 질린다고 하지 않는가? 최근, 전자제품 매장을 가보면 진열된 제품들이 TV를 필두로 하여 획일적으로 온통 블랙색상으로 도배되다 싶이되어 있는 것 같다. 이런 이유로 제품 옵션에서 제공할 경우, 아이보리나 흰색계통 색상으로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1. 쿼츠시계: 수정진동자가 적용된 시계, http://ko.wikipedia.org/wiki/쿼츠_시계 [본문으로]
  2. 1967년 질레트에 인수되었다가, 질레트社가 2005년 프록터앤 갬블社에 인수되면서, 현재 P&G의 완전자회사, http://en.wikipedia.org/wiki/Braun_(company) [본문으로]
Posted by 200LX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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