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LX vs 아이패드 - (1) 아이패드의 핵심가치
빵굽는200LX 2013. 2. 4. 19:55 |이전 글 <빵굽는 타자기와 빵굽는 200LX>에서
나는 200LX의 생산성 도구로서의 핵심가치는 아이패드가 제공하는 그것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뛰어난 것이라고 언급했다.
200LX의 생산성 도구로서의 가치를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선,
아이패드의 가치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우선 아이패드의 가치에 대해 포괄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우선, <가치value>라는 것에 대해 먼저 살펴보면 좋겠다. 가치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가치란 사물이 지니고 있는 쓸모라고 한다. 그렇다면, 아이패드의 가치라는 것은 결국, 아이패드가 지니고 있는 쓸모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아이패드에 설치된 앱들과 앱스토어에서 유통되는 앱들을 조금만 살펴보면 좀 더 구체적으로 와 닿을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아이패드는 PDA, MP3플레이어, PMP, 전자책, 전화(화상통화), PC 등 기존의 다양한 기기들로부터의 핵심가치 1를 복합적으로 흡수한 제품이다. 이를 아래의 그림과 같이 나타내보았다.
아이패드는 위 그림처럼 여러가지 기기의 가치를 복합적으로 수용한 제품인데, 아이패드가 수용하고 있는 기기들의 출현시기가 모두 다른 만큼 유형별로 나누어 크게 세가지 측면에서 나누어 접근하면 좋을 것 같다.
1. 아이패드(iPad)가 시장(market)에서 이미 특정한 가치를 제공하고 있던 특정 기기의 완벽한 대체제인 경우
▪ 어떠한 가치라는 것은 그 기기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따져보면 쉽게 알 수 있는데,
① MP3 Player: MP3 파일을 듣기 위해 아이팟(iPod)을 사용했던 유저들은 아이패드(iPad)를 통해서도 MP3 파일을 들을 수 있다.
② PMP(Portable Multimedia Player): PMP유저들이 PMP를 구입하는 목적은 가지고 다니면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동영상을 보기 위함이다. 아이패드의 여러 앱들을 통해 보다 크고 선명한 화면으로 동영상을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다.
③ 전자책(Electronic book): 2000년대 초반부터 여러 기업이 다양한 전자책 기기를 시장에 소개하려는 노력이 있었으나, 가장 임팩트가 있었던 것은 2007년 11월 출시된 아마존(Amazon)의 킨들(Kindle)이라는 기기이다. 기존에 시장에 소개된 전자책 기기들의 실패원인은 기기의 성능이 나빠서라기 보다는 구매할 수 있는 컨텐츠의 부족때문인데, 아마존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 서점이라는 역량을 바탕으로 이러한 컨텐츠 부족을 완벽히 해결하고 전자책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2010년 4월 출시된 아이패드는 아마존 킨들과 같은 전자책의 특성을 그대로 흡수했다.
아이패드를 구매한 사람이 MP3, PMP, 전자책 기기를 별도로 구매하는 일은 드물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측면에서 볼때 아이패드는 기존의 MP3 Player, PMP, 전자책 기기와 시장에서 경쟁하는 완벽한 대체제라고 할 수 있다.
2. 아이패드(iPad)가 제공하는 기능이 특정 기기가 유저에게 제공하는 성능 수준에 아직까진 미치지 못하는 경우
▪ 아이패드를 퍼스널 컴퓨터(PC)와 비교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이패드가 여러 글쓰기 앱 등을 제공하고 있으나, OA(Office Automation, 사무자동화) 측면에서는 PC의 오피스 프로그램들에 미치지 못한다. (OA라 함은 통상 PC의 오피스 프로그램인 워드, 데이터베이스, 스프레드쉬트, 프리젠테이션 프로그램을 의미) 현재로서는 PC가 제공하는 OA프로그램들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지만, 앞으로 아이패드의 성능(아이패드 CPU의 컴퓨팅 파워 향상, 운영체제의 업그레이드 등)이 계속 향상되면서 OA 기능도 PC 수준까지 향상될 것이라고 시장에서는 기대할 것이다.
※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이패드의 포지셔닝과 그 경쟁력> 글에서 조금 더 깊이 살펴보았다.
3. 아이패드가 과거 시장에서 실패해 사장되었던 기기의 가치를 현재 시점에서 다시 제공하는 경우
▪ 애플은 1993년 애플 뉴튼(Apple Newton)이라는 이름의 세계 최초의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를 제작한 기업이다. PDA는 전자수첩의 개념을 확장한 제품으로, PC와의 연동(싱크Sync라고 한다)을 통해 성능면에서 전자수첩의 그것보다 월등한 성능을 제공했지만, 애플은 PDA 시장에서 참패했다. 팜(Palm), 컴팩(Compaq), HP 등과 같은 기업이 2000년대 초반까지 PDA시장을 형성했지만, 얼리어답터(early adopter) 2 위주의 소규모 시장에 불과했다. 결국, PDA는 대규모 시장창출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 다수의 실용적 사용자들에게 외면받게 되어 2000년대 중반 시장에서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의 PDA라 할 수 있는 애플 뉴튼(Apple Newton), 1993년 출시]
위와 같은 PDA의 시장에서의 실패를
캐즘 3 마케팅(Crossing the chasm)의 저자인 조프리 무어(Geoffrey A. Moore)는
완전제품(The Whole Product)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완전제품이란 매니아 성향의 소수의 얼리어답터 계층이 아닌 실용주의 성향의 다수의 대중시장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제품을 의미한다. 조프리 무어에 따르면, 소수의 얼리어답터만이 사용하는 제품이 아니라, 다수의 대중시장의 실용주의 유저가 사용하는 제품이 되려면 특정 제품이 제공하는 가치가 잘 제공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주변가능기술(Enabling Technology)의 존재 역시 중요하다. 즉, PDA가 시장에서 성공한 완전제품이 되기 위해서는 주변가능 기술의 뒷받침이 필요했는데, 2000년대 중반까지는 그러한 주변가능기술이 부족했기때문에 소수 얼리어답터 계층의 전유물 수준에서 머물고 말았다.
이해하기 쉽게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PDA를 Enabling Technologies 측면에서 봤을때, 2000년대 초반까지는>
- 무선인터넷이 가능한 와이파이(Wi-Fi, IEEE 802.11b,n network) 또는 3G 인프라 부족
- 상대적으로 협소한 무선 인터넷 대역폭(relatively narrow wireless Internet Bandwidth)
- 배터리(battery) 성능 부족
- 현재의 앱스토어(App store) 시장 및 관련 애플리케이션 생성과 유통 생태계의 부재
- 음성통화 기능과 컨버전스(convergence) 되지 못해 핸드폰 따로 PDA 따로 들고다녀야하는 불편함
- 대규모 포털사이트에서 제공되는 html페이지가 PDA용으로 부적합
=> 포털들은 별도의 PDA용 페이지를 마련했으나 지원범위가 매우 좁음
- html 컨텐츠 , 멀티미디어 / 엔터테인먼트 컨텐츠로의 접근성에 한계
- CPU 성능의 한계로 지금의 스마트폰이나 테블릿PC처럼 풀브라우징 웹 출력처리에 상당한 정체 발생
- 저장 장치의 협소함
=> 기본 제공되는 메모리가 16메가 또는 32메가 였고 고급형의 경우 64메가였음 (아이패드의 1/100 수준)
=> CF 또는 SD 메모리 카드의 용량이 적었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고가 등등등
현재의 스마트폰 및 테블릿PC에서는 모두 원활히 지원되는 주변가능기술들(enabling technology)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당시(2000대 초반)만 하더라도 상황이 지금같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다. PDA의 혁신성이 초기시장을 넘어 대중시장에서 빛을 보기에는 이를 위한 주변가능기술들의 뒷받침이 부족했던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아이패드는 다양한 주변가능기술들을 잘 혼합하여 과거 PDA가 가졌던 한계점을 극복하고 그 가치를 시장에서 다수의 실용주의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완전제품(Whole Product) 수준으로 끌어올린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 기업의 역사를 살펴보면, 특정 기업의 혁신적인 기술이 시장에서 시대를 잘못만나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기술의 혁신성이 떨어져 실패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훗날 적절한 시기에 시장에서 요구하는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면서 찬란한 성공으로 재탄생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소니(SONY)社의 베타맥스(Betamax) 기술 4이다. 80년대 소니(SONY)는 비디오 테이프 방식으로 우월한 기술인 베타맥스 기술을 발표했으나, 성능면에서 열등한 VHS(브이에이치에스, Video Home System)에 참패했다. 5 그 결과, 80~90년대 각 가정에는 VHS라는 글씨가 선명한 VHS 규격의 비디오 테이프를 사용하는 비디오 기기가 보급되었다. 소니는 비디오 시장에 베타맥스 기술을 보급하는데 실패했지만, 이러한 실패경험을 토대로 훗날 베타맥스 기술을 소형 캠코더 제품에 적용했다. 그 결과 소니는 8mm 비디오 캠코더 시장을 제패할 수 있었다.
애플 역시 93년 세계 최초로 PDA를 시장에 출시했으나, 당시 참담한 실패를 맛보았다. 하지만, 이러한 실패의 경험은 오늘날 아이패드의 성공에 밑거름이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To be continued... >
- 핵심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의 가장 중심이 되는 부분, 따라서 핵심가치란 특정 사물이 지니고 있는 가장 중심이 되는 쓸모(사용자 가치)라고 할 수 있겠다. [본문으로]
- 네이버 사전에 따르면, 얼리어답터란 1)신제품을 남보다 빨리 구입해 사용해보는 사람들을 뜻 하는 신조어 2) early와 adopter의 합성어. 미국의 사회학자 에버릿 로저스가 57 년 저서 ‘디퓨전 오브 이노베이션(Diffusion of Innovation)에 서 처음 사용할 때만해도 대중에게 알려지지 못했으나 95년 이 책의 재판이 나올 무렵 첨단기기시대를 맞아 이 용어도 현대의 신조어로 부상했다. 얼리어답터는 이노베이터보다 늦게 신제품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오피니언리더로서 상품시장에 큰 영향력을 발 휘한다. 출처: http://kin.naver.com/openkr/detail.nhn?docId=9 [본문으로]
- 네이버 사전에 따르면, 캐즘(Chasm)이란 균열을 뜻하는 단어로서 첨단기술관련 분야에서는 기업 컨설턴트인 제프리 무어(Geoffrey A. Moore)박사가 최초로 사용하였다. 이는 혁신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초기 시장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주류시장 사이에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단절현상을 말한다. 출처: http://kin.naver.com/openkr/detail.nhn?docId=36562 [본문으로]
- 베타맥스의 자세한 내용은http://ko.wikipedia.org/wiki/베타맥스 를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본문으로]
- 이 부분에 대한 배경지식은 위키피디아의 <비디오표준전쟁> http://ko.wikipedia.org/wiki/비디오테이프_표준_전쟁 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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