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LX vs 아이패드 - (2) 200LX의 핵심가치
빵굽는200LX 2013. 2. 6. 19:03 |이전 글인 <200LX vs 아이패드 - (1) 아이패드의 핵심가치> 에서 아이패드가 지니고 있는 여러 가치들을 살펴보기위해, 가치란 어떠한 사물이 지니고 있는 쓸모 1라는 사전적 정의를 인용하였다.
그렇다면, 200LX의 가치를 논하기 위해서 이제 200LX가 무엇에 쓸모가 있는 기기인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자.
200LX는 1994년 미국 오레곤 주 서부에 위치한 HP社의 코밸리스 사업부(HP Corvallis division) 2에서 개발/탄생된 제품이다. < LX 시리즈 설명 (from HP 컴퓨터 박물관) > 글에서도 살펴본 바 있지만, HP社의 코밸리스 사업부는 200LX의 전작인 95LX, 100LX를 출시하면서 이른바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쓰는 PC라는 의미로 Palmtop PC라는 제품명을 부여하였다. 따라서, HP 200LX는 HP社가 제작한 세번째 팜탑PC 제품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팜탑PC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200LX의 탄생을 주도한 코밸리스 사업부는 200LX를 PC라는 카테고리에 포함시켰다.
당시, 컴퓨터(Computer)는 크기(size) 기준으로 메인 프레임(Main Frame)과 미니 컴퓨터(Minis)로 나누어졌고,
미니 컴퓨터는 다시 연산능력을 기준으로 워크스테이션(Work Station)과 PC(Personal Computer, 퍼스널 컴퓨터)로 분화되었다.
PC는 다시 크기/이동성을 기준으로 책상 위에 놓고 쓰는 데스크탑 PC(Desktop)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쓰는 랩탑PC(Laptop)로 재분류되었고, HP는 이러한 분류에 팜탑PC(Palmtop)를 포함시킨 것이다.
[컴퓨터(Computer)의 division을 통한 New Category 창출 3]
결국, 200LX는 기존 PC가 지닌 가치에 작은 크기와 이에 따른 휴대성이라는 가치가 더해진 제품이라고 유추해볼 수 있다. 여기서, 작은 크기와 휴대성이라는 가치를 대변하는 단어가 바로 팜탑(Palmtop)이다.
그렇다면, 이제 94년 시점에서 PC는 주로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만 이해한다면 200LX의 가치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질문) 200LX가 탄생한 1994년 무렵 PC의 사용 용도는?
92년 출간된 <컴퓨터는 깡통이다> 4 라는 책에서 PC(개인용 컴퓨터)의 사용 용도 부분을 살펴보면,
90년대 초반 시점에서 PC는 크게 OA(Office Automation, 사무자동화)와 그래픽 처리, 데스크탑 출판의 목적으로 주로 사용되었다. 여기서, OA(사무자동화)란 ①워드프로세서, ②스프레드쉬트, ③데이터베이스를 의미한다. 당시 OA용으로는 IBM PC가 시장에서 주류를 이루었고, 그래픽 처리, 데스크탑 출판 같은 목적으로는 매킨토시 PC가 인기있었다.
90년대 당시 OA(사무자동화)용 소프트웨어 중에서도 특히 비중이 높았던 것은 스프레드쉬트였다. 한 손으로는 연필로 표시를 하고 다른 한 손으론 쉴새없이 계산기를 두드리며 숫자(Number)와 끊임없이 씨름하던 직장인들의 피나는 노고를 한방!에 해결해준 것이 바로 스프레드쉬트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IBM PC용으로 개발된 스프레드쉬트인 로터스社의 로터스 1-2-3(Lotus 1-2-3)은 IBM PC의 킬러애플리케이션이 되었다. 「IBM PC가 OA용 PC 시장의 패권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로터스1-2-3 덕분이다」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당시 로터스1-2-3의 인기는 엄청났다. 이러한 로터스1-2-3의 인기를 등에 업고 IBM PC는 사무용 필수 기기로 자리잡았다.
경제TV채널을 한 예로서 들면, 요즘은 프라임 타임에 주로 주식투자와 관련된 편성이 많지만, 90년대 당시만 해도 로터스 1-2-3 강좌와 같은 프로가 편성되었던 것만 보더라도, 당시 로터스 1-2-3의 위상이 얼마나 높았는지 알 수 있다. 회사에서 숫자를 다루는 것과 연관이 있는 직무를 맡고 있는 사람이라면, 로터스 1-2-3은 가히 생존의 도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당시로선 로터스 1-2-3 스프레드쉬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사용한다는 개념 자체가 매우 획기적인 것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책상 위에 설치하는 고정형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데스크탑PC에서 실행되는 로터스1-2-3 프로그램을 휴대하고 다니며 필요할 때마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꺼내쓸 수 있는 이동성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 바로 팜탑PC이고, HP社는 91년 최초의 팜탑PC인 95LX를 출시했다. 5
당시에 발간된 브로셔 책자 6를 읽어 보면 95LX의 주요 타겟 고객은 철저히 비즈니스 & 재무 전문가(Business & Financial Professionals)임을 알 수 있다. 즉, 사무용 OA 용도로 IBM PC를 사용하던 사람들이 팜탑PC의 주된 구매자였음을 알 수 있다.
[ 91년 당시 제작된 95LX 브로셔에 실린 사진 중 일부를 발췌한 것, 로터스1-2-3을 강조하고 있다.]
정리하면,
91년 출시된 HP의 95LX는
사무용 IBM 데스크탑 PC에서 사용되던 로터스1-2-3을 완벽하게 사용할 수 있었던
최초의 팜탑PC이다.
95LX에는 데스크탑 PC에 설치된 로터스 1-2-3(lotus release 2.4버전)과 완전히 동일한 로터스1-2-3 프로그램이 장착되었다. 하지만, 91년 발표된 95LX는 로터스1-2-3에 초점을 맞춰서인지, 사무용 IBM PC의 다른 OA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워드프로세서나 데이터베이스 기능은 다소 미약하거나 제한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
※ 제품의 설계 컨셉자체가 원래 <HP 재무계산기의 계산능력 + 로터스1-2-3>을 탑재한 휴대형 컴퓨팅(computing) 기기로 잡혀있었다.
95LX의 부족한 점이 93년 출시된 95LX의 후속 기종인 100LX에서는 대폭 강화되었다.
91년 출시된 95LX가 데스크탑PC의 OA기능 중 특히 스프레드쉬트인 로터스1-2-3의 사용에 초점이 맞춰진 팜탑PC라면,
93년 출시된 100LX는 데스크탑PC의 OA기능들을 전체적으로 충실히 구현하고 있는 팜탑PC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재무설계/관리 프로그램인 Quicken이 추가되어 94년 발표된 것이 바로 200LX이다.
즉, 200LX는 데스크탑PC와 동일한 로터스1-2-3의 구현에 우선적으로 초점이 맞추어졌던 95LX에 추가로 워드 프로세싱과 데이터베이스 기능이 강화된 것이 핵심이라고 보면 된다. 특히나 200LX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는 직관적이면서도 사용이 매우 편리하고 성능 또한 강력하다.
[HP 200LX의 핵심가치]
즉, 200LX의 핵심가치는 위의 그림에서 표현한 것처럼
책상 위에 설치된 데스크탑 PC에서 구현되었던 OA기능을 (거치형, 고정형)
이동하면서 필요할때마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팜탑PC(휴대형, 이동형)라고 할 수 있다.
<To be continued...>
- 사용자 입장에서 쓸모가 있어야한다. [본문으로]
- http://www.hpmuseum.net/divisions.php?did=18 참고 [본문으로]
- The 22 Immutable Laws of Marketing (Al Ries & Jack Trout, 마케팅 불변의 법칙) 에 나오는 그림 중 일부 수정 [본문으로]
- 컴퓨터는 깡통이다1,2, 1992, 이기성 저, 가서원, 출간 당시 컴퓨터 입문서 분야 베스트셀러 도서, 90년대 PC의 쓸모에 대해 알아보기에 적합한 책이라 생각된다. [본문으로]
- 이 당시 지금의 노트북에 해당하는 랩탑(Laptop)의 크기도 무시하지 못할만큼 컸다. [본문으로]
- 95LX PalmtopPC brochure 5952-3388, printed in USA, 1993.0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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