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효율성Efficiency과 효과성Effectiveness이라는 용어에 관한 글을 블로그에 포스팅한 적이 있다. 두 가지 모두 기업 운영의 성과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이며 구체적인 수치로 표시된다. 한편, 계량적으로 표시되지는 않지만, 기업윤리와 관련된 경영용어로서 Legitimacy라는 것이 있다.


Legitimacy의 영영사전 뜻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The fact that something is legal

* The fact that something is fair and reasonable

즉,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공정하고 상도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어떠한 기업을 평가할때, 효율성과 효과성 등과 같은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에 의해 보여지는 면만을 고려한다면, 극단적인 예로서 지구상에서 가장 우수한 기업조직은 어쩌면 마피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Legitimacy 측면에서 마피아는 최저 수준이므로 경찰의 소탕 대상이 되는 것이다. 


2002년에 MBC에서 원래는 소설이 원작인 <상도>라는 드라마(방송사 관련페이지 링크)를 방영했었다. 

드라마 줄거리 및 출연진 정보: 위키피디아(한국) http://ko.wikipedia.org/wiki/상도_(드라마)


매우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조선시대 인삼무역으로 크게 성공한 거상 임상옥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에는 지금으로 치면 대기업에 해당하는 두 개의 거대 상단이 등장한다. 송도의 송상과 의주의 만상이라는 상단이다.

[사진] 홍삼, red Ginseng, <상도>에서 주요 교역의 대상이 되었던 상품, image source: http://en.wikipedia.org/wiki/Ginseng


송상의 대방(지금으로 치면 대기업 총수) 박주명(이순재 역) 휘하의 행수(지금으로 치면 CEO, 전문경영인) 정치수(정보석 역)과 만상의 도방(역시 대기업 총수 정도의 위치) 홍득주 밑에서 일하는 행수 임상옥(이재룡 역) 간의 불꽃튀는 경쟁이 흥미진진했던 드라마로 기억된다.


송상의 대방 밑의 행수 정치수는 총명하여 기상천외한 전략을 구사하나, 재력을 모으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상도> 드라마의 주인공인 행수 임상옥은 단순히 돈이 된다고 해서, 이익이 크다고 해서 모두 다 추구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대기업이 해야할 일과 소기업이 해야할 일을 구분하여, 영세상인들을 보호하였으며, 상생의 길을 모색하였다. 몇년 전부터 유행하는 경영용어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어긋남이 없었던 것 같다.


2006년 경, <바다이야기> 라는 도박 이슈가 연일 매스컴을 장식했던 적이 있었다. 이때, 관련되어 언론들로 부터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던 것이 상품권 사업이다. 당시 시점에서 정상적인 상품교환 목적이 아닌 <바다이야기>와 같은 도박성 게임에 속칭 깡을 위한 음성적 화폐로 통용됨이 의심됨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괜찮다는 이유로 제법 규모가 있는 기업들이 여럿 참여했던 것 같다. 

※ 상품권의 수익모델(Profit model)은 일종의 시세차익이다. 무슨 의미냐면, 상품권을 구매하는 것과 이렇게 구매된 상품권이 실제 상품을 구매하는데 사용되는 것 사이에는 시간의 차이가 존재하는데, 이 기간동안 상품권을 판매한 회사는 보관중인 상품권 대금을 운용할 수 있게 되어 이자소득 등을 창출할 기회를 갖게 된다. 


당시 바다이야기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이와 연관이 의심되는 상품권 사업에 관련되었던 기업들은 결국 사회적 비판을 받게 되었다. 기업이 명성과 신뢰를 쌓기는 힘들고 깨어지기는 쉬운 것임을 잘 알고 있다하더라도, 마치 전쟁터와 같은 경쟁환경에 직면해있는 기업들이 이익에의 유혹을 떨쳐버리기란 쉽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소설 또는 드라마 <상도>의 주인공 임상옥은 적법과 편법의 경계선상에서 주주들의 단기이익을 추종하여 이익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추구해서는 아니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의 Legitimacy의 가치를 수호하는 태도, 그리고 그러한 가치를 조직원에게 일종의 기업 공유가치로 전파한 그의 리더십은 기억할만한 것이라 생각된다. 다시말해,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지 않고 공정하고 상도에 어긋나지 않는 의미의 Legitimacy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할 기업가치가 아닐까?

Posted by 200LX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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