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역량이란 무엇인가?
경영이론탐구 2013. 11. 3. 15:50 |2006~7년 즈음이었던 것 같다. 당시 한참 <디자인 경영>이라는 말이 유행이었다. 마침 서울시내 모 호텔에서 디자인 경영과 관련된 포럼에 방청객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무슨 도시 디자인과 관련된 어떤 건축학과 교수님도 나오셨던 것 같고, 진행자로 부터 당시 잘나가시는 분이라고 소개받은 모 여성 디자인 전문가도 나오셨다.
재미있었던 것은 이 디자인 전문가께서 강연을 마치고 질문을 받는데 모 제조업 대기업체 전무님이 이런 취지의 질문을 하셨다. "디자인 인재를 내부적으로 육성하고자 하는데, 실제론 어려움이 많다. 어떠한 조언을 해줄 수 있나?"
내게 재미있는 기억이라고 여겨지는 것은 그 디자인 전문가께서 다음과 같이 다소 가르치는 듯한 어투로 대답하셨기 때문이다. "디자인에 관심만 있으면요 사람은 많습니다. 사람요? 사람은 많아요. 사서 쓰시면 됩니다. 유럽 등지에 가면 일류 디자이너들 많습니다. (후략)"
답변자의 이러한 대답에 질문자는 무안했던지 추가적인 질문을 하지 않았다. 내 짐작으로는 당시 모 대기업 전무님이 한마디 쏘아붙이려다 참으신 것 같다.
두 사람이 보는 관점이 다른 것이다.
질문자는 일종의 인프라 스트럭쳐(infrastructure) 개념에서 타기업이 흉내내기 어려운 내부 디자인 역량을 구축하고 싶다는 의미, 즉, 디자인을 전공한 졸업자를 신입사원으로 뽑아 회사에 충성도를 가진 in-house 육성책을 묻는 것이었다.
그런데, 답변자는 엉뚱하게 디자인 인력은 그냥 아웃소싱(outsourcing) 하시라는 대답을 한 것이었다.
질문자의 관점에는 이른바 90년대 자리잡은 핵심역량(core competence)이라는 개념이 자리잡고 있다. 질문자는 아마도 기업내부의 뿌리에 해당되는 자양분(기술, 역량 등)을 찾아내고 구축하면, 바깥 환경의 심대한 변화가 생겨도 이 회사가 지속적으로 경쟁우위를 갖는 원천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리라 추측한다.
핵심역량의 이면엔 경쟁기업에게 모방, 대체되면 안된다는 인식이 있다. 이러한 측면을 설명하는 경영 단어가 sustaining(서스테이닝)이라는 영단어이다.
당시 나는 마음 속으로 질문자를 더 지지했다. 왜나면 내 소견으로는 만약 <디자인 경영>이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시대적 화두라고 한다면, 기업의 디자인 능력은 일단 구축하면 지속적으로 유지가 가능한 핵심역량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더 적절하며, 디자인 능력은 결국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고, 이러한 인재들을 기업이 장기간 지속적으로 활용하려면 내부 육성이 더 적절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질문자의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했다.
답변자의 논지대로, 디자인 능력을 갖춘 외부 고급 인력을 아웃소싱한다고 생각해보자. A기업이 a라는 히트상품을 내어놓았고 히트 요인중 a제품의 독특한 디자인이 한 몫했다고 한다면?
이러한 성공을 목격한 B 경쟁기업이 a제품을 디자인한 인력을 일시적으로 고용하면 디자인은 유사하고 이름만 다른 b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훨씬 수월할 것이 아닌가? 왜냐하면 a제품의 디자인에 관여한 디자인팀은 A기업과의 계약이 종료되면 경쟁기업인 B기업과 계약하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질문자와 답변자는 각자 경험과 위치가 다르기때문에 누구의 말이 더 옳다 그르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각자의 견해가 다 일리가 있는 것이리라.
정리하자면, 핵심역량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위에서 기술한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의 사례를 이해해보면 좋을 것 같다. (사례는 픽션임)
한 미국인 관광객이 영국 여행을 가게 되었다. 그런데, 미국인 관광객이 생각하기에 특별히 볼 것도 없고 재미도 없어서 <다른 곳에 갈 것을>이라는 후회를 하던 중, 여행 마지막 날, 미국인 관광객의 눈을 사로잡는 광경이 있었다. 다름아닌, 영국 왕실 주변의 잔디밭이었다. 마치 양탄자를 깔아놓은 것 같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한폭의 그림같은 풍경이었다. 인상이 깊었던지라, 관광객은 어렵게 잔디관리인을 찾아가서 어떻게 잔디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 그 비결을 물었다. 잔디 관리자가 친절하게 <제때 씨를 뿌리고, 잔디를 깎아주고, 두번씩 잘 밟아주고 등등> 잔디관리법에 대해 답해주었다. 관광객이 이 말을 들어보니 자기도 집에서 늘상 하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별다른게 없구나>란 생각을 하고 돌어서려는데, 잔디관리자가 다음과 같은 말을 첨언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100년만 지속하면 잔디가 이와 같이 양탄자같이 된다>라고
핵심역량의 구축에는 결코 짧지만은 않은 어찌보면 history(히스토리) 수준의 상당한 시간의 투자가 선행되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겠다. 이렇게 구축된 핵심역량은 어찌보면 오랜 세월 쌓여진 일종의 뿌리깊은 나무와 같은 것이기 때문에 경쟁기업이 쉽게 따라잡기가 힘든 것이라 할 수 있다.
포럼에서 질문자의 질문은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라고 나는 감히 추측해본다.
※ 핵심역량 개념을 정립한 것으로 알려진 프라할라드와 게리하멜 교수에 따르면 1
핵심역량을 분별하는데 아래와 같은 3가지 정도의 기준을 적용해 볼 수 있다고 하였다. 2
1. 핵심역량은 다양한 제품에 적용(또는 응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어야 함
(예) 디스플레이에 핵심역량이 있을 경우,
계산기 액정에서부터 컴퓨터 모니터, TV 등에 이르기까지 응용이 가능
2. 핵심역량은 최종제품이 고객들이 인지할 수 있는 가치를 창출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함
3. 핵심역량은 경쟁자들이 모방하기 어려워야함
* 자세한 사항은 The core competence of the corporation (링크) 참고
※ 경쟁전략의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교수는 효율성(Efficiency), Quality(품질), Innovation(혁신), Customer Responsiveness(고객 변화에 대한 반응성) 이렇게 4가지 측면에서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를 가질때, 이를 핵심역량이라 하였다.
(키워드) 핵심역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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