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쯤 포스팅된 http://200lx.tistory.com/49 글에는 볼펜을 주제로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마하펜, 사라사, 에너겔, 제트스트림 제품들의 개인적인 사용경험이 담겨 있다.

위 글이 작성된 후, 어느덧 1년여의 시간이 지났다. 여전히 나는 볼펜 사용량에 있어서는 헤비유저(heavy user)에 속하는 편이다. 링크된 글을 쓰기 전에 위에서 나열한 브랜드의 제품들을 위주로하여 세부 모델별로 다양한 종류의 볼펜들을 구입했고, 지금까지 용도별 취향에 따라 주기적으로 두루두루 바꿔가며 사용해오고 있다. 지금은 당시에 비해서는 이들 제품에 대해 1년여 정도의 사용 경험이 축적된 샘이다. 따라서, 이를 바탕으로 볼펜(특히 중성펜)에 관련하여 추가로 도움이 될만한 여러 포스팅이 가능할 것도 같다. 다른 제품도 그러하겠지만, 볼펜 역시 제품별로 개성을 달리하기에 각각의 제품을 사용하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


일단, 볼펜을 즐기는데 있어서 도움이 될 수도 있는 배경지식에 관련된 내용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봤다.



1. 문방사우(文房四友)와 볼펜, 학습도구의 집약체


옛날 우리 선조들은 종이, 붓, 먹, 벼루 4가지를 친구(벗)에 빗대어 문방사우(文房四友)라고 표현하였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문방사우 중에 종이를 제외한 붓, 먹, 벼루 3가지가 현대 볼펜에 집약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위키피디아에서 제공하는 그림과 현대 볼펜심을 비교해서 살펴보면,



[그림1] 문방사우(文房四友)와 현대 볼펜의 리필심, 원본이미지 from 위키피디아, en.wikipedia.org/wiki/Four_Treasures_of_the_Study


[그림1]의 왼쪽 윗 부분은 물을 담은 벼루(Inkstone)에 먹(Inkstick)을 간 것을 나타낸 것이다. 먹은 농축 잉크, 벼루는 잉크를 담는 용기, 물은 용제의 역할을 한다. 오른쪽 윗 부분은 붓의 구성요소를 나타내는 것으로, 크게 붓의 촉(head and hairs)과 붓의 대(body, handle) 두가지 파트(part)로 나눌 수 있다. [그림1]에서 붓 중 붓의 촉(head and hairs) 및 물을 담은 벼루와 먹이 집약된 것이 볼펜의 리필심이고, 붓의 대(body, handle)에 해당하는 것이 볼펜의 리필심을 제외한 부분이라고 보면 되겠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문방사우의 영어 표현은 <Four Treasures of the Study(학습에 있어 네가지 보물들)>인데,  볼펜은 4가지 보물들 중 3가지를 담고 있으니 참으로 소중한 생산성 도구라고 할 수 있겠다.[각주:1]



2. 볼펜의 핵심은 리필심(Refill, Ink Catridge)과 펜대(penholder)


구글 검색을 해보면, [그림1]의 (1) 부분을 일컫는 용어로 잉크 챔버(ink chamber) 또는 잉크 카트리지(Ink Catridge) 같은 표현이 등장한다. 챔버(chamber)나 카트리지(catridge)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인가를 담는 용기를 뜻한다. 즉, 잉크 챔버/카트리지는 잉크를 담고 있음을 나타내는 어휘가 되겠다. 그런데, 볼펜 제조사들은 이러한 어휘보다는 리필(Refill)이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한다. 리필(Refill)이란 단어는 제조사 입장에서는 <볼펜 유저에게 별도로 판매하는 소모품(상품)>이라는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볼펜 유저 입장에서도 <다 쓰면 갈아끼울 수 있는 파트(part)>라는 의미가 직관적으로 느껴진다는 점에서 괜찮은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면에서 국내 오픈마켓에서 통용되는 리필심이라는 표현은 매우 적절한 것 같다.


또한, [그림1]의 (2) 부분을 일컫는 용어로 구글링 해보면, 펜홀더(penholder)라는 표현을 접할 수 있다. 말그대로 펜대라는 국어표현으로 번역된다. 볼펜에서 리필심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지칭하는 말이다. 원래는 펜촉을 꽃아서 쓰는 자루를 뜻하는 말이었고, 사무직 노동을 뜻하는 <펜대 굴리다>라는 관용구도 존재한다.



3. 볼펜의 개성은 리필심(Refill, Ink Catridge)과 펜대(penholder)의 조합으로 드러남


볼펜의 성능은 리필심(refill)이 담고 있는 잉크의 특성과 리필심을 통해 잉크가 어떻게 종이 위에 실제로 필기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한마디로, 리필심은 필기의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되겠다. 

한편, 펜대(penholder)의 특성 역시 유저의 필기감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펜대의 재질이 플라스틱, 금속 또는 목재이냐에 따라 필기감이 달라지는데, 이는 펜대의 재질별 특성이라 할 수 있다. 펜대는 또한 볼펜의 모양과 색상 등과 같은 디자인적 요소가 주로 반영되는 곳이며, 어고노믹스(ergonomics)[각주:2]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인체공학적 요소가 고려될 수도 있다. 이러한 것들이 모여서 특정 볼펜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결정한다.


[그림2] <리필심 + 펜대>의 조합


결국, 볼펜의 개성은 <리필심 + 펜대>의 조합으로 드러난다. 다만, 볼펜의 잉크는 모방이나 복제가 그리 쉽지 않은 반면, 펜대(penholder)는 디자인 특성 등에 있어 경쟁사의 모방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 볼펜 기술의 정수(精髓)는 리필심에 있는 것 같다.



4. 볼펜 즐기기


[그림2]와 같은 <리필심 + 펜대>의 조합에 따라 유저 입장에서는 크게 3가지 방식으로 볼펜을 즐길 수 있다.

(1) 특정 볼펜 제조사가 제시하는 표준 제품을 그대로 사용: 나름대로 제조사의 연구 및 노하우가 반영된 것이므로, 그 볼펜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괜찮다.


(2) 마음에 드는 리필심을 기준으로 펜대를 바꿔가며 사용: 대부분의 볼펜 제조사들은 사라사, 에너겔, 제트스트림, 스라리 등에 사용되는 자사의 리필심을 별도로 판매하고 있다. 사용자는 이들 중 마음에 드는 <리필심을 기준>으로 펜대를 바꿔가면서 써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그림3] <리필심을 기준>으로 펜대를 바꿔가며 사용 (리필심에 호환되는 다른 종류의 볼펜 펜대가 있을 경우)

※ 펜대 a,b,c,d는 각각 에너겔 BL107 ,제트스트림 SXN-150, 에너겔 트라디오(Tradio), 제브라 에어피트(ZEBRA Airfit Jell) 볼펜의 펜대


물론, 이러한 방법을 위해서는 각각의 리필심에 어떠한 펜대들이 호환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 펜대(볼펜에서 리필심만을 제외한 나머지 볼펜 껍데기를 통칭하는 단어)호환에 관련해선 별도로 살펴볼 예정)


(3) 마음에 드는 펜대를 기준으로 리필심을 바꿔가며 사용: 특정 펜대가 편하다는 느낌이 들때, <펜대를 기준>으로 리필심을 바꿔가며 사용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아래 [그림4]의 펜대는 <제트스트림 알파겔>이라는 제품의 펜대이다. 이 볼펜은 사용자의 중지에 굳은살이 생기는 것을 방지할 목적으로 어고노믹스(ergonomics) 요소를 적용하여 그립부분을 말랑말랑하면서 탄력있는 소재로 만들었다. [그림4]와 같이, 이 볼펜의 펜대에는 여러 리필심이 호환가능하므로, 자신의 기호에 맞는 리필심을 넣어 사용할 수 있다. 내 경우, 에너겔의 리필심을 넣어 사용하고 있다. 


[그림4] <펜대를 기준>으로 리필심을 바꿔가며 사용 (볼펜 펜대에 호환되는 다른 종류의 리필심이 있을 경우)

※ 리필심 a,b,c,d는 각각 사라사(SARASA) JF-0.7, 에너겔(ENERGEL) LR7-A, 사쿠라(SAKURA) R-GB05, 제트스트림(JETSTREAM) SXR-38


물론, 이러한 방법을 위해서는 각각의 볼펜 펜대에 어떠한 리필심들이 호환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 리필심 호환에 관련해선 별도로 살펴볼 예정)



5. (참고) 볼펜 구성 세부 요소 및 각부 명칭, 볼펜의 종류 등

참고로 볼펜의 구성 세부 요소 및 각부 명칭과 관련해서는 

구글링을 해보니, 볼펜의 각 구성부품의 명칭은 개인별, 제조사별, 사이트별로 제각각 달리 불리는 듯 하여 다소 중구난방인 면이 없지 않다. 구글링을 통해 검색해본 여러 정보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직관적으로 보였던 것은 아래와 같이 링크를 걸어둔 <볼펜의 해부 구조>라는 조금은 재미있는 제목의 글이었다. 


(하이퍼링크) <볼펜의 해부 구조> http://www.qualitylogoproducts.com/blog/the-anatomy-of-pens-and-pencils/


위 링크의 글에서는 <캡방식>이라고 불리는 펜을 <스틱 펜(Stick Pen)>이라 부른다.

[그림5] 스틱펜(캡방식 볼펜), img source: www.qualitylogoproducts.com/blog/wp-content/uploads/2013/12/stick-pen.jpg


[그림5]를 보면, 손에 잡는 부분은 그립(grip), 그립과 연결되는 부분은 통이라는 의미의 배럴(barrel)이라고 부른다. 여기선 리필심(refill)을 잉 챔버(ink chamber)라 하였는데, 이 글의 2. 부분에서 언급했다시피, 볼펜제조사들은 리필(refill)이라는 표현을 더 즐겨쓴다. 


위 링크 글에서는 똑딱이 볼펜을 <리트랙터블 펜>이라고 부른다. 위키피디아를 검색해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Retractable Pen>이 <똑딱이 볼펜>의 가장 보편적인 영어식 표현이다.[각주:3]

[그림6] 똑딱이볼펜(Retractable Pen), img source: www.qualitylogoproducts.com/blog/wp-content/uploads/2013/12/retractable-pen.jpg


※ 영영사전에 따르면, 

A retractable part of a machine or a building can be moved inwards or backwards.

리트랙터블이란 특정 부분이 전방으로 이동했다가 후방으로 철회될 수있음을 표현하는 어휘이다.


※ 위 링크 글에 따르면, 볼펜 그립부위를 돌려서 볼펜촉을 돌출시키는 방식의 볼펜을 트위스트 펜(Twist Pen)이라 한다. (※ 이에 대한 상세정보는 하이퍼링크 글 참고)


지금까지, 하이퍼링크된 <볼펜의 해부 구조>라는 글에 제시된 <볼펜의 분해그림>을 통해, 세부 구성 요소의 명칭도 살펴봤다. 하지만, 볼펜을 즐기는데는 배럴이니 팁이니 튜브니하는 어려운 용어를 몰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내 경험으로는 <이 글의 4. 부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단순하게 어떠한 <리필심 + 펜대>의 조합을 가져갈 것인지만을 결정하면 쏠쏠한 재미의 볼펜 즐기기가 가능하다.

  1. http://en.wikipedia.org/wiki/Four_Treasures_of_the_Study [본문으로]
  2. (하이퍼 링크) http://en.wikipedia.org/wiki/Human_factors_and_ergonomics [본문으로]
  3. http://en.wikipedia.org/wiki/Ballpoint_pen [본문으로]
Posted by 200LX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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